영천전투와 호국정신을 기념하는 전시·체험 시설
1950년 6월, 북한군의 남침으로 후퇴를 거듭하던 한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칠곡 다부동-영천 신녕-포항을 연결하는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 모든 군사력을 집중해 북한군에 맞섰다. 같은 해 8월 다부동 공격에 실패한 북한군은 영천으로 이동해 왔고, 9월 초부터 시작된 영천전투는 국군이 대구 및 경주로 진출하려던 북한군에 맞서 싸운 낙동강 전선 마지막 대전투이다.
이 전투는 국군이 수세에서 공세로 이전하는 역전의 신호탄이 되었으며, 북한군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물러나 국군이 총공세를 단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영천시 호국영웅길 15)는 영천전투를 기념하고 나라사랑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설립된 공간으로 안보교육체험관, 전망대 등 총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950 영천대혈투 속으로’전시관은 한국전쟁 당시 공격당한 마을의 비참한 모습을 재현했는데, 곳곳에서 폭탄·총소리와 타닥타닥 재가 타는 소리가 들려 마치 전쟁 한가운데 있는 듯한 긴장감과 공포마저 느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군용 차량, 전쟁 당시 쓰였던 모델의 무전기, 완전 군장, 총기 등을 직접 착용·조작할 수 있으며, 탱크와 총으로 화면의 표적을 조준해서 맞추거나 작전 테이블을 형상화한 게임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서바이벌 체험장에서 전쟁을 간접체험
전시관에서 게임으로 전쟁을 체험했다면 건물 외부에는 직접 총을 들고 전쟁을 체험 할 수 있는 서바이벌 체험장이 조성돼 있다. 체험장은 지휘 통제소, 시가전 체험, 고지전 체험, 국군 훈련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지전 체험장은 영천전투 고지전을 모티브로 경사지에 조성되어 고지점령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영천의 옛 건물들을 재현한 시가전 체험장에서 약 10명의 초등학생들이 방탄복과 보호장비를 갖추고 팀을 나누어 전쟁 체험을 하고 있었다. 보급트럭, 전차, 지프, 진지, 엄폐물 등을 이용해 몸을 숨기며 상대를 향해 총을 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장난기 대신 긴장감이 가득했다.
시가전에 참가한 전용은(13, 대구시 수성구) 학생은 “구조물과 소리가 실감나서 정말 재미있었지만 한편 이게 진짜 전쟁이라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런 전쟁을 겪었던 분들이 대단하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윤희 기자 gnkdg@naver.com
